지난 11월 30일, 사회과학대학 입구와 엘리베이터, 학생회 게시판 등에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정남이에게’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게재됐다. 해당 대자보는 언론정보학과 내 여성 혐오와 성희롱 문제를 고발하고 있어 학내 논란이 일고 있다.대자보를 게시한 채지희(언론정보‧4) 학우는 “학과에서 겪었고 내가 만나고 있는 사람들이 저지르고 있는 여성혐오에 대해 폭로해 여성혐오 문화를 인지하고 바꾸기 위함”이라고 대자보의 목적을 밝혔다. 함께 대자보를 게시한 김나은(언론정보‧4) 학우 역시 “공식적인 사과와 여성혐오
‘충대신문 창간 62주년입니다.’ 한 문장 적어두고 한참을 쳐다봤다. 창간기념호에 맞게 축사를 써보려 했지만 손은 키보드 위에서 움직일 줄을 몰랐다. 축하 인사를 남기기에는 현실이 녹록치 않았다. 그래도 몇 줄 더 적어볼까 했지만, 그 어떤 문장도 잇기 어려웠다. 오래되고 지독한 불치병인 대학언론의 위기 속에서 편집국장이 됐다. 매일같이 우울한 소식이 들려왔다. ‘어디 학보사는 편집권 침해로 배포가 중단됐대, 모 학보는 백지를 냈대, 어떤 학보는 인력난이 심각하대. 모 신문은 편집국장이 해직 당했대.’ 대학언론의 위기는 충대신문이라
학교 홈페이지를 찾았다. 상단 메뉴 총장실이라고 적힌 상단 바 아래의 인사말에 들어갔다. 자부심 있는 학교 소개말이 나타났다. “대학구성원 간 신뢰를 바탕으로 자유롭게 소통하고, 지역의 발전 역량을 결집함으로써 지역과 함께 세계로 도약해 나가는 대한민국 대표대학, 그곳이 바로 충남대학교입니다.” 오덕성 총장은 CNU포럼, 단대별 의견수렴 정례화 등의 공약을 내세우며 ‘소통’을 강조했다. 충대신문과의 인터뷰(2016.03.07/1110호)에서도 “같이 가기 위해서는 집행부가 자세를 낮춰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 집행부는 권위적인 모습들
“포기함으로써 좌절할 것인가, 저항함으로써 방어할 것인가, 도전함으로써 비약할 것인가” 소설 「토지」의 한 구절로 개강호의 문을 열었다. 즐거운 예감으로 새 학기를 맞이하면 좋겠지만 그러기엔 학내 상황이 녹록치 않다. 지난 7월 말 학내 전 기관에 자체절감계획을 작성하라는 공문이 내려왔다. 대학회계 세출예산 절감계획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것이다. 대학본부는 총 62억 원의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62억 원의 긴급 감축의 원인에는 세입과 세출의 미스매치가 있다. 등록금 동결과 학생 수 감축 등으로 학내 세입은 꾸준히 줄어든 상황이었
마감이 다가온다. 묵직하게 써야한다는 부담감에 미뤄뒀던 칼럼의 압박도 시작된다. 이번엔 무엇을 어떻게 전달해야하나 고민을 거듭한다. SNS도 살펴보고 학내 커뮤니티도 돌아본다. 인터넷은 ‘여성 혐오’, ‘남성 혐오’, ‘성소수자 혐오’ 온통 혐오로 가득하다. 머리가 아파와 인터넷 창을 끈다. 글쓰기 싫다는 생각이 밀려든다.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이 연일 시끄럽다. ‘안전한 사회’와 ‘성 평등’으로 나아갔어야할 담론이 ‘여성 혐오 대 남성 혐오’에서 맴돌고 있다. 해당 살인사건은 여성들이 노출돼있던 공포의 기폭제가 됐다. 여성들의 생
“우리는 정의를 위해서 일하자.” 신문사 선배와 술자리에서 영화 같은 말을 들었다. 히어로 영화에서나 할법한 이야기를 현실에서 들으니 웃음이 터졌다. 한편으로는 ‘정의를 위하자’는 당연한 말이 우스워진 현실이 씁쓸하다. 정의를 논하기에 사회는 녹록하지 않다. 대법원 앞에는 정의의 여신상이 있다. 정의의 여신상은 법으로 정의를 세우고, 약자를 보호한다는 법의 본질을 상징한다. 그러나 법조계는 불의로 가득찼다. 김앤장 법률사무소(이하 김앤장)가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간 가습기 살균제 법률대리인으로 등장했다. 김앤장은 이전에도 일제 전범
연일 어버이연합게이트 보도로 세상이 시끄럽다. 시발점은 보수시민단체인 어버이연합이 지난 세월호 집회에서 알바를 고용했다는 보도였다. 이후 어버이연합이 전국경제인연합회로부터 활동 자금 지원을 받았음이 밝혀졌다. JTBC에서는 정부의 지시 하에 어버이연합이 보수단체의 집회를 개최했다고 보도했다. 어버이연합과 정부는 떳떳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2일 어버이연합은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에게 “질문은 받고 싶지도 않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26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언론사 보도편집국장과의 간담회에서 “시민단체가 하는 것을 대통령이 평가하는 것도
4월이 오고,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떨어질 때면 작년 이맘 때 만났던 분이 떠오른다. 1년 전 세월호 1주기를 맞아 기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마침 집 근처에서 『금요일엔 돌아오렴』 북콘서트와 유가족 간담회가 열렸다. 세월호 참사 1주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참석한 북콘서트에서 세월호 참사 유가족인 이창현 학생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만났다. 시행령 폐기를 촉구하며 삭발을 한 창현이 어머니는 배 모양의 등불 앞에 앉아 책을 읽고 계셨다. 그날 창현이 어머니는 “날씨와 꽃이 절정인데 감상하는 것조차 사치인 것 같다
#1. 1학생회관 앞 민주광장에서 청년 잡지 BOSHU의 부스를 마주쳤다. 부스에는 ‘나는 왜 투표할까?’라는 물음을 던지는 게시판이 설치돼 있었다. 하얀 종이 앞에서 몇 번을 머뭇거리다 여덟 글자를 적었다. #2. 공대 해오름식 공연에 대한 속보를 냈다. SNS가 뒤집혔다. 하루도 지나지 않아 기성언론에서 기사가 나왔다. 학내에 떠오른 논란은 ‘트러블메이커 충대신문’이었다. 모든 것에 비판적인 충대신문 때문에 학교가 망신당했다는 것이었다. #3.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투표를 꼭 해야 하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투표해봐야 무
‘학보사의 위기’는 입사 때부터 존재했던 담론이다. 선배들은 항상 “충대신문 정도면 괜찮지. 위기 맞은 학보사 몇 곳이나 돼?”라며 위안삼았다. 나 역시도 충대신문 정도면 꽤 괜찮은 학보사라 생각했다. 기사나 편집방향에서 개입도 없고 인력도 버틸만 했다. 그런데 상황이 바뀌었다. 학보사의 편집권 침해는 일상이 됐다. 많은 학보사들이 편집권을 침해당하고 있고 언론의 자유는 무참히 잘려나가고 있다. 특정 인물을 위한 기사, 비판기능을 적출당한 기사, 학내 갈등을 외면하는 기사가 좋은 기사로 왜곡되고 있다. 상지대학교 학보사 상지대신문
4:1. 알파고가 이세돌에게서 승리했다. 인간의 전유물이라 여겨지던 바둑의 필패였다. 인간의 존엄성 문제를 떠나 대체의 위협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러다 정말 충대신문 기자도 기계로 대체되는 순간이 오겠다 싶었다. 이런 생각을 주변에 말하자 지극히 현실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너 굴리는 게 더 싸게 먹힐 걸.” 맞다. 10년도 더 된, 편집프로그램마저 제대로 돌아가질 않는 맥을 교체해주지 않는 게 우리 학교라는 걸 잠시 잊었다. 그럴 일은 없겠다싶으면서도 인간보다 효율적인 기계의 등장은 두렵다. ‘기계적 중립’을 강요받는 요즘은 더
9일간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끝이 났다. 테러방지법은 살았고, 기대는 죽었다. “야당이 항상 그렇지 뭐”라고 누군가는 짙은 실망을 내뱉는다. 그러나 이번 필리버스터의 의미는 필리버스터가 죽은 지금, 되살아나고 있다. 가장 극적으로 부활한 것은 ‘삼권분립’이다. 이번 정부 들어 삼권분립이 무너졌다는 평이 다수다. 특히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하기 위해 ‘친박’부터 청와대 정무수석까지 국회의장을 압박했다. 이는 삼권분립이 위기에 처한 현실을 드러낸다. 대통령의 호통에 국회는 무기력했다. 정부를 견제·감시해야할 국회가 오히려 정부의
처음 이 책을 추천받았을 때 내 나이는 14살이었다. 일독하고 나면 사고의 깊이가 달라진다는 말에 홀린 것처럼 구입했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첫 문단을 읽자마자 생각이 바뀌게 했다.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14살, 사색과는 거리가 멀었던 과거의 나는 단호하게 책을 덮었다. 그리고 지난 1월, 책의 저자인 신영복 선생이 타계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책장에 꽂혀져 까맣게 잊고 있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다시 꺼냈다. 여전히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어려웠다. 故 신영복 선생이 20년간의 수감생활에서 다져나간 사고들을
곽효원 차기 편집국장 선거구 획정 기준안이 극적으로 합의했다.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 총 300석. 지역구 의석이 7석 늘어나며 선거구 획정 논란이 마무리됐다. 헌법재판소의 선거구간 인구 편차 2:1 조정 결정을 계기로 촉발된 시민사회의 선거제도 개혁 요구는 끝내 극적인 변화를 낳지 못했다. 선거구 획정 기준안 극적 합의는 기성 정치인들의 합의에 머물렀다. 모든 변화는 앞서 골든타임이 존재한다. 골든타임을 놓쳐버린다면 변화는 혁신이 아닌 구태의 반복이 된다. 이번 선거구 획정 기준안이 씁쓸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선거제도
# A 학우는 1차 민중총궐기에 참여했다. 주최 측이 이야기하는 11가지 의제에 대해 동의하는 부분이 많았고 정부에 논의를 요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A 학우는 광화문에서 대치가 시작됐다는 말을 듣고, 1차 집회 장소에서 뛰어서 광화문으로 향했다. 대치 시간이 길어지자 시민들은 광화문 광장으로 가기 위해 차벽을 끌어내리려고 했다. 차벽에 줄을 연결해 당기자
기자는 지난 19일, 대전 3차 민중총궐기에 다녀왔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단체와 시민 수백명이 으능정이 거리에 모여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진행했고, 으능정이 거리에서부터 새누리당 청사를 지나 대전역으로 거리 행진을 이어나갔다. 집회는 큰 물리적 충돌 없이 평화적으로 진행됐다. 오히려 대전역 소음을 이유로 노숙자들이 시위대에게 달려들자 경찰이 시위대를 보
지난 5일, 서울시가 내년 하반기부터 취업 활동 의지를 갖춘 구직 청년 3천 명에게 매달 50만원을 지원하는 청년수당 정책을 발표했다.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부터 실효성 논란까지 빚고 있는 서울시 청년수당 정책에 대해 사회부 기자들이 이야기 나눴다. 곽효원 기자 (이하 곽 기자) : 서울 시장이 내년부터 취업활동이나 사회경험기회가 부족한 청년들에
아주 원론적인 이야기로 시작해보자. '민중'의 '지배'라는 뜻을 담은 민주주의는 국가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음을 말한다. 우리나라 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와 제1조 2항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에도 민주주의 의미가 잘 내포돼 있다. 그러나 직접 민주정치가 실현되는 것은 현실적인 어
충남 서북부 지역에 최악의 가뭄이 왔다. 농민들이 1년을 바친 농작물이 말라 죽어가고 있고, 저수지는 갈라진 바닥을 드러냈으며, 일부 주민들은 마실 물조차 없어 힘들어 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보령댐 도수로 사업이 수질조차 장담하지 못한 채 급하게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은 이 보령댐 도수로 사업을 4대강 사업과 엮으며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학생, 시민 여러분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합니다!” 지난 9월 30일, 우리 학교 정문에서 진보혁신회의 대전모임의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선전전이 진행됐다. 헌법재판소의 선거구간 인구편차 2:1 조정 결정을 계기로 바야흐로 선거제도 개혁의 적기가 다가왔다. 그러나 선거제도 개혁은 이해관계 충돌로 아직까지 성과 없이 표류하고 있다. 지역 대표성 잃는 농어촌 지난 9월 19일,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의 예비 획정 기준이 발표됐다. 예비 획정 기준의 주요 내용은 지역구 의석수 244석~249석 범위 내 조정이다. 위 내용이 발표된 후